이용자 서평


180. 노래를 잡다, 삶을 잡다 - 작성자 : 김상은 (사학과)  | 2017-04-02
『삼국유사三國遺事』 라는 제목에서 ‘유사遺事’ 는 말 그대로 ‘남은 일’이다. 앞서 1145년에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三國史記』가 기록하지 않은 일들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사마천의 본을 따라 엄격한 유교적 사관 아래 쓰인 정사, 『삼국사기』는 불교와 관련된 이적異蹟이나 전통신앙에 관한 내용은 쓰지 않았다.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견해를 채택한 김부식은 그 대가로 삼국의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았으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갔는지 보여줄 수 없었다. 딱딱한 붓은 종이에 쓰인 사실로부터 생생한 삶을 되살려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승려, 일연은 부드러운 붓으로 빛바래가는 삶을 잡았다. 노래는 그 자체로 삶의 축소판이며 때로는 삶 그 자체이다. 인간사를 보면 삶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노래가 함께했다. 삼국 중 신라에는 ‘향찰鄕札’ 이라는 특별한 차자 표기법으로 쓰인 향가鄕歌가 있었다. 이 노래들은 아름다웠지만 주로 식자층에 한해 향유되었고 향찰 자체도 어려웠기에 신라가 멸망하고 나서는 불리는 일이 점점 줄었다. 불교 교리를 향가로 만든 균여대사의 노력으로 간간이 절에서는 불렸지만, 세속에서 부르지 않는 노래는 기억 속에서도 잊혀갔다. 이런 상황에서 일연은 그때까지 전해지던 향가 중 역사적 배경이 있는 14수를 집필 중이던 『삼국유사』에 수록한다. 후대의 눈으로 보면 이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였다. 일연이 수록한 향가 14수는 균여의 보현십원가普賢十願歌 11수를 제외하면 현존하는 향가의 전부이다. 보현십원가는 문학적 가치가 낮기 때문에 사실상 14수가 남은 전부라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일연이 수록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그대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헌데 『삼국유사』 전에도 『중편조동오위重編曹洞五位』 등 수많은 책을 집필한 일연이다. 사서史書를 집필하는 일이 자기 책임임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런 노래들을 역사와 함께 수록한 뜻은 무엇일까? 향가뿐만 아니라 민요나 주술적 노래들까지 사서에 기록한 뜻은 그의 역사관을 드러낸다. 역사란 사람들의 삶을 드러내야 한다고 일연은 생각했던 것이다. 단순히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다고 쓰는 것만이 역사가 아니다. 그에게 그런 것은 죽은 역사였다.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부르던 노래로 생명을 불어넣어야 비로소 역사는 생명을 얻어 삶을 드러낸다. 일연은 그런 마음으로 붓을 들어 바람에 실려다니던 노랫소리를 먹물로 종이 위에 잡아두었다. 오늘날 『삼국유사』 는 역사적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삼국사기』 보다도 사대주의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과장된 것도 있지만, 그런 비판들이 어느 정도 사실을 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설령 그것들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삼국유사』 는 여전히 우리 고대사의 보물이며, 세계사적으로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있어온 많은 역사가들은 사실을 대가로 삶을 놓쳐버렸다. 그러고서도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자가 수두룩했다. 일연은 그들이 놓쳐버린 삶을 보여주었다. 바닷가에서 파도에 닳고 닳은 조개껍질을 모으는 아이처럼, 가락도 잃고 가사도 희미해진 노래들을 주워모았다. 그리고 피안의 세계로 넘어간 지 오랜 옛사람들이 노랫가락에 실려와 다시 한번 삶을 얻었다. 일연의 말처럼, 한 솥의 국 맛은 고기 한 점으로 알고도 남는 법이다.
179. 새로운 시각으로 죽음을 바라본 독특한 책 - 작성자 : 도희진 (독어독문학과)  | 2017-03-30
흔히 보통소설은 죽으면 남겨진 사람의 시각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데, 이 책은 죽은 아들의 시선으로 자신이 죽고 난 후 부모님을 바라본다. 덤덤한 눈으로 세상이 다 무너진 부모님을 바라보는 것이 더 슬프고 애통했다. 슬픈 이야기를 읽고싶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178. 가독성있고, 읽기 쉬운 에세이집 - 작성자 : 김정협 (고고미술사학과)  | 2017-03-17
상당히 괜찮은 에세이집이다. 글의 호흡이 짧아 지루함이 적다. 판형과 디자인도 예뻐서 졸리지 않은 에세이집
177. 소리, 평화를 이루는 길 - 작성자 : 김상은 (사학과)  | 2017-03-15
한국의 범종을 세계의 종들과 가르는 특징은 비대칭성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종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진 대칭성을 한국 범종은 종정부에 등에 원통을 진 한 마리 용을 세움으로 깨뜨렸다. 이 ‘반역’ 의 시작은 무열왕계의 신라 중대 왕실이 주조한 성덕대왕신종, 속칭 에밀레종이었다. 그들은 왜 세계사에 유례없는 일을 벌였을까? 작가는 그 답을 문무왕에게서 찾는다. 문무왕은 “당시까지 이 땅을 지배해온 전쟁의 신을, 스스로 전쟁의 신이 되어 거세했다. 그때로부터 이 땅은 수백 년 이상 지속된 살육의 주술에서 풀려나 처음으로 평화의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러나 평화를 몰랐다. 전쟁은 사라졌지만 그뿐, 여태까지 쪼개져 살아오던 그들에게 하나가 되었다는 현실은 낯설었다. 평화를, 통합을 일깨워 주어야 했던 문무왕이 선택한 수단은 소리였다. 문무왕이 아들 신문왕과 함께 만파식적 사건을 연출한 것은 그가 생각한 “소리의 정치” 의 시작이었다. 내부의 분란과 외세의 침입으로 콩가루처럼 분열되어 있던 사람들은, 죽어서도 그치지 않는 문무왕의 호국 의지와 그가 내린 신비로운 피리의 소리로 하나가 되어갔다. 후손 경덕왕과 혜공왕은 범종을 주조함으로서 이 정치 철학을 완성했다. 음악으로서, 소리는 언어의 벽을 넘는다. 사상으로서, 소리는 멀리까지 퍼진다. 신분도 남녀도 그 앞에서는 햇볕 아래 눈일진대, 일체 중생의 평등무애를 지향한 부처의 가르침이 그를 타고 날아옴에랴. 게다가 범종 꼭대기에는 피리를 지고 동해의 파도를 가르며 나아오는 용, 문무왕이 있다. 이 종을 보고, 종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서로가 더 이상 남이 아닌 형제임을 무의식 중에 체화했을 것이다. 신라가 멸망한 뒤에도 이 땅의 모든 범종이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유도 이와 같으리라고,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문무왕이 생각한 소리의 정치는 곧 화합의 정치였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단군 이래 가장 극심한 분열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라는 ‘겨우’ 두 쪽이 나 있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래알처럼 나뉘었다. 경상도냐 전라도냐. 촛불이냐 태극기냐. 남자냐 여자냐. 늙은이냐 젊은이냐... 신라보다 몇백 배는 복잡한 이 상황에서도, 문무왕의 ‘소리’ 는 여전히 효과가 있을까?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언어의 장벽, 사상의 장벽을 넘어 사람들을 묶어줄 무언가를 찾기만 한다면, 온갖 굴레를 끊고 모든 사람을 진정 형제로 만들 무언가를 찾기만 한다면, 문무왕은 신비로운 피리를 지고 켜켜이 쌓인 시간의 파도를 헤치며 다시 한 번 우리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176. 이책은 수학책이아니다. - 작성자 : 박준형 (고고미술사학과)  | 2017-03-14
세련된 고고학이다.
175. 책 속에 소개된 책을 읽고 싶게끔 한다 - 작성자 : 김정협 (고고미술사학과)  | 2017-03-12
유시민의 독서 리뷰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에 소개 된 책들을 읽어보고 싶게끔 한다. 그렇지 않은 책들도 물론 있었고.
174. 밀도 높은 책 - 작성자 : 김정협 (고고미술사학과)  | 2017-03-12
한 문장 읽고서,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봐야 한다. 책은 얇은데, 내용이 얕지 않다. 누군가에게 그렇게까지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너무나도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책이다.
173. '르포르타주'라는 장르가 주는, 처절한 비극 - 작성자 : 김정협 (고고미술사학과)  | 2017-03-12
소설가와 르포르타주가 만나면 이런 슬픔이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밤 중에 펼쳤다가, 새벽에 닫았다. 마음이 쓰다.
172. 간만 본 책 - 작성자 : 김정협 (고고미술사학과)  | 2017-03-12
사실 책의 기획 의도상 '간'만 보는 책이 맞긴 하다
171. 이 시대, 과학대중서로서 획기적이다 - 작성자 : 김정협 (고고미술사학과)  | 2017-03-12
재미와 유익, 그리고 신선함을 모두 담고 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과학 대중서 흐름에 한 획을 그을만한 도서.